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가지를 오래 보관하는 네 가지 방법

seung-garden 2024. 10. 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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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김없이 변하고 있다. 초여름부터 지금까지 텃밭의 가지는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 유래 없이 풍작을 이룬 가지는 여름 내내 다양한 변신을 거쳐 가족들의 입을 즐겁게 하였다. 게다가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마치 내일이 없는 양 마지막 힘을 다하여 출산에 여념이 없다. 이미 과잉 생산된 가지를 보관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1. 첫 번째 방법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가지를 깨끗하게 씻은 후 적당히 썰어서 말리면 된다. 날씨 좋은 날 햇빛에 널면 하루면 거의 마른다. 건조기를 이용할 경우 60도에서 10시간 정도 투자하면 하얀 가지의 속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잘 말릴 수 있다. 수분감 제로로 말렸기 때문에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양파망에 넣어 그늘진 곳 아무 곳에나 걸어두면 된다. 아마도 내년 정월 대보름날 세상 구경하러 나올 것이다. 말린 가지를 물에 불려 삶은 후 나물로 변신시키면 쫄깃한 식감으로 다시 돌아온다.

수분감 0% 말린 가지

2. 두 번째 방법은 건조를 50%만 하는 것이다. 100% 수분을 모두 제거하면 보관은 간편하지만 건조된 것을 꺼내어 물에 불리고 삶고 또 물을 우려내는 과정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 이상 전처리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마음만 먹다가 세월 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날처럼 묵나물을 먹는 때가 되어서야 겨우 세상 구경하러 나오게 된다. 그러나 건조를 절반만 한 후 냉동 보관하면 해동시간도 짧아지고 그만큼 조리 전의 과정이 간편하다. 수분이 어느 정도 빠져나갔으므로 부피도 확 줄어든다. 꾸덕꾸덕해진 감촉이 좋다. 냉동실로 고고!

수분감 50% 말린 가지
수분감 50% 가지 포장

3. 세 번째는 소금물에 절이는 것이다. 보관의 가장 큰 목적은 수분감을 없애서 상하지 않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서 수분을 없애는 방법으로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30여 분 정도 절인 후 수분이 빠져나오면 손으로 꼭 짜서 비닐팩에 넣으면 된다. 비닐팩의 모양이 최대한 납작하게 되도록 이리저리 주물러서 냉동실에 넣으면 자리를 별로 차지하지 않아서 공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 필요할 때 바로 꺼내어 해동한 후 조리하면 된다. 무엇보다 보랏빛 색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좋다. 보라색 안토시아닌이여! 거기 그대로 있어!

소금에 절이는 가지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제거한 가지

4. 마지막으로 네 번째 방법은 가지를 먹기 좋게 썰어서 스팀으로 샤워해 주는 것이다. 김을 올릴 때 100% 익히지 말고 약 70% 정도만 익도록 한다. 나중에 해동하는 과정에서 30%의 열을 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너무 물컹한 식감 때문에 가지의 호불호가 갈린다. 그래서 스팀샤워하는 시간을 잘 조절하여 너무 무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끓는 물에 올려서 2분이면 충분하다. 색이 약간 갈변되는 경향이 있지만 뭐 어떠랴! 스팀샤워 마친 후 물기를 꼭 짜서 비닐팩에 입주시킨다.

70%만 익힌 가지
소금에 절인 가지와 70% 스팀샤워 한 가지의 포장

손수 농사지은 가지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다 먹기 위하여, 또 잘 보관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가지를 갖고 가지가지 하였다. 그러나 밥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분명 이 아이들은 나에게 반찬 선물을 안겨 줄 것이 분명하다.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의 갈무리를 하느라 바쁜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