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의 번식
백합은 순우리말로는 '나리'라고 하는데 백합 속(나리 속)에 속하는 꽃의 종류이다. 대부분 원예종이며 종류가 수없이 많아서 튤립 속과 함께 원예산업의 금광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가을에 식재하여 월동하고 이듬해 여름에 꽃을 피우며 향기가 진하고 구근 나누기나 씨앗으로 번식하지만 씨앗 번식은 파종 후 4년 정도는 지나야 꽃을 피울 수 있으므로 대개는 구근 나누기나 인편꽂이, 주아로 번식한다.

승정원에 백합 구근을 심은 건 2022년 가을이다. 당시 어떤 품종이었는지 몇 개의 구근을 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튤립과 함께 두 세 종류를 심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여름에 두 가지 색의 꽃이 한 두 송이 피었는데 잡초에 치여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초라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올해 5월에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는 백합이 눈에 띄었다. 아싸! 무사히 월동하고 싹을 올리고 드디어 꽃을 맺었으니 얼마나 기특한가?


반짝반짝 빛나는 잎을 늘려가며 키를 키우더니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꽃대를 올렸다. 게다가 식구는 또 얼마나 늘었는지 모른다. 개화 직전의 꽃 봉오리는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고 개화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내 손가락 보다도 긴 저 봉오리 속에서 개화의 진통을 견디고 있으려나?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기대에 가득 차 있으려나?




작년에 한 두 송이 피던 붉은 백합은 족히 10배는 늘었다. 식물을 키우는 재미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특히 백합은 해충의 피해도 적고 별다른 관리도 필요 없다. 꽃이 필 때 유박을 조금 올려준 거밖에 없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게다가 작년에는 보이지 않던 색깔의 백합도 피었다. 한 송이 안에서 다양한 색감을 보여준다. 자연이 물들인 색깔은 붓을 들고 그라데이션을 그린다고 해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백합이라는 이름은 땅 속의 비늘줄기(인편)가 여러 조각(약 백여 개) 합쳐져서 하나의 뿌리가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쉽게 이해하려면 양파처럼 겹겹이 인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땅 속에서는 인편이 모여 뿌리가 되고 숫자를 늘려 번식을 하고 땅 위의 꽃들은 그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미모가 일취월장한다. 아주 환하게 웃고 있는 꽃들의 얼굴을 보며 올 가을에는 흰색과 노란색 계열의 백합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