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에 봄이 움트다
겨울은 길고 길었다. 춥고 또 추웠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리더를 둔 값을 톡톡히 치르느라 한반도의 겨울은 유난히 더 춥고 길었다. 이런저런 시름과 울분으로 불면의 날도 있었지만 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고야 말았다. 어쩌면 가장 정직한 것이 자연의 순환 아닌가? 돌고 도는 시간 속에서 때를 알고 거짓이 없이 원칙을 지키며 강원도 산골에서도 봄은 소리 없이 움트고 있다. 봄을 시샘하는 불청객이 찾아와도 살살 달래 가며 봄은 조용히 곁에 와 있다. 땅 위에는 황량한 바람 소리만 스산한데 땅 아래는 새로운 생명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2024.10.24 - [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 추식구근(秋植球根) 심다
추식구근(秋植球根) 심다
2024.06.17 - [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 튤립의 일생 튤립의 일생작년 11월에 땅에 묻어 두었던 튤립의 구근을 수확하였다. 추운 겨울을 땅 속에서 보내고 봄에 꽃을 올려 그 화려함으로 마음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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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묻어 두었던 추식구근들이 빼꼼히 머리를 들었다. 수선화, 튤립, 알리움, 무스카리, 원종튤립, 크로커스 등을 심었는데 그들이 겨울을 무사하게 보냈노라 신고를 한다. 꼬물꼬물 올라오는 모습을 어쩜 좋아!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참 위대하다. 작년 가을 네덜란드에서 직수입한 구근이 비행기 타고 한반도에 온 것도 인연인데 다시 내게로 와서는 강원도 산골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 긴 여정이 얼마나 위대한가!
작년 가을 새로 식재한 구근은 아니지만 다년생으로 겨울을 거뜬하게 나는 원추리, 패랭이, 샤스타데이지와 황금 낮달맞이도 생존 신고를 한다. 묵은 잎을 채 걷어내지도 않았는데 살포시 초록빛 새순을 보여주며 나를 깨우친다. 그냥 얼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겨울 동안 식구가 늘었다며 출생신고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변에 어린 자녀들이 같이 신고식을 한다. 땅 아래에서 얼마나 바빴을까? 봄은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이고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