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식물 아주가 3총사
조개나물속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유럽이 원산지이다. 높이 8~15cm까지 자라며 포기 중앙에서 긴 포복지가 자라 마디에서 뿌리를 내려 옆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4~5월에 보라색 꽃을 피우며 잎은 로제트 상태로 자란다. 품종이 다양하게 개량되어 원예종으로 나와 있다. 노지월동이 가능하며 더위, 추위에 모두 강하다.
거칠고 황무지 같은 승정원은 풀과의 전쟁이 일상이다. 비가 요고 나면 훌쩍 자라는 잡초들로 인하여, 또 주말농장의 특성으로 인하여 그림처럼 예쁜 정원을 꾸미는 일은 그냥 상상 속에서만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찌 되었든 풀을 조금이라도 덜 자라게 하기 위하여 지피식물(지표를 낮게 덮는 식물을 통칭한다)을 많이 심는 편이다. 현재 승정원에는 일반 보라색 아주가, 오색 아주가, 황금아주가 등 세 종류의 아주가가 살고 있는데 올봄 일제히 꽃을 피웠다. 한 종류마다 세 포트씩 사다가 심었는데 제법 식구가 많이 늘었다. 급한 마음에 채 군락을 이루기도 전에 여기저기 조금씩 뿌리 나누기하여 번식시킨 탓에 넓은 범위로 군락을 이루는 장관은 볼 수 없지만 주인의 인정 없는 손길에도 불평하지 않고 작은 꽃 얼굴을 미소로 뽐내고들 있다. 지피식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하고 있다.
가장 처음 식재한 보라색 아주가는 땅에 바짝 붙어 자라며 풀을 다 이겨낸다. 덩치에 비해 아주 기특한 식물이다.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이 순하게 잘 자란다.
황금아주가의 학명은 Ajuga reptans golden treasure이며 황금색의 잎이 지면을 덮으면서 자라는 게 아주 매력적이다. 가을에는 노란 잎에 붉은빛 단풍이 물들기도 한다. 꽃은 연한 분홍색으로 핀다. 세 종류의 아주가 중 번식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은 편이지만 관상의 측면에서는 황금색의 잎이 주는 만족도가 훌륭한 편이다.
오색아주가는 무늬아주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세 종류의 아주가 중 나의 최애 품종이다. 우선 잎의 색이 화려하다. 선명한 핑크색의 잎이 돋아나다가 붉은 자주색과 녹색이 묘하게 그러데이션 되어 독특한 컬러감을 자랑한다. 보라색, 청록색의 시원한 색감이 청량감을 안겨준다. 게다가 잎의 가장자리가 흰색으로 물들기도 하며 물결치듯 주름이 지어 풍부한 질감과 볼륨감을 안겨준다. 번식의 추세도 세 종류 중 으뜸이다.
아주가는 번식력이 우수하여 통제하며 키워야 한다지만 이 아이가 정원의 다른 부분을 침범할 정도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멀지 않은 훗날 보라색 꽃방석이 만들어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들 삼총사가 사이좋게 잘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