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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수박의 빨간 맛

by seung-garden 202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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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텃밭 농사의 one pick은 단언컨대 수박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봄에도 강원도의 길고 긴 겨울의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4월 초 어느 날 애플수박 씨앗 10개를 파종하였는데 100% 발아에 성공하였다. 작년에는 복수박을 심었는데 올해는 실험정신 발휘하여 새로운 품종으로 애플수박에 도전한 것이다. 직경 10cm의 작은 모종 화분에 심은 수박이 약 2주 후 싹을 올렸고 다시 한 달여 후 밤기온이 안전하게 영상을 유지하는 5월 어느 날에 노지에 정식하였다. 텃밭농사 4년 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는 각자 뿌린 씨앗은 각자 책임지고 거두자는 약속 아래서 움직이고 있는데 옆지기는 내가 뿌린 씨앗 중 유독 수박에 큰 관심을 보인다. 작년에도 그랬다. 기르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과 수확의 손맛, 입에서 팡팡 터지는 단맛 등 그 농사의 즐거움을 알기에 나는 그냥 모른 척 맡긴다. 고마운 일이다.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애플수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과만 한 크기의 수박이 있는가 하면 제법 어른답게 크게 자란 수박도 있다. 수박은 열매 주위에 있는 줄기의 넝쿨손이 노랗게 변하면 수확시기이다. 단호박, 호박 등 넝쿨 식물의 수확시기를 가늠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수확한 수박이 대략 30~40개 정도 되므로 모종 하나에서 약 3~4개의 수박이 열렸다. 전문적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닌 아마추어 농사꾼의 수확이라고 하기엔 정말 훌륭하지 아니한가? 그 작은 씨앗 하나에서 비롯되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지 않은가? 겨우 사과크기의 수박, 그러니까 한 주먹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수박을 수확하여 반으로 자를 때의 그 긴장감과 기대감은 또 어떤가? 익었을까? 아니면 아직 안 익어서 하얀색일까? 반으로 갈라지자마자 환호성이 터진다. 웃음이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온몸에 행복이 자동으로 충전된다. 

 

 

수박 껍질 근처의 흰색 부분도 빨간 과육의 식감과 똑같다. 사과처럼 사각거리는 식감이 입 안에서 팡팡 터진다. 껍질도 연하여 사과 깎듯이 돌려 깎을 수 있다. 사실 껍질도 버리기 아깝다. 요즘 수박 한 통에 4만 원은 줘야 하는데 매주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수박이 밭에 널려 있다는 사실은 형용할 수 없는 큰 기쁨이다.

사실 농사가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비료를 주고 물을 주고, 열매가 열리면 받침대도 해 주고 행여 벌레의 습격을 받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러나 힘들다고 여기지 않고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마도 내 아이를 낳아 키울 때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분명 육체적으로 힘은 드는데 씨앗에서부터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의 뿌듯함이 그 힘듦을 훨씬 능가한다. 그 빨간 맛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막연한 기대치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