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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범부채

by seung-garden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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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이다. 키가 50~100cm까지 자라며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이다. 주황색 꽃잎에 점점이 번진 호피무늬가 있어서 호랑이를 뜻하는 '범'과 시원하게 펼쳐진 잎이 마치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어서 '부채'가 합쳐져 범부채가 되었다. '호의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시 범의 부채라는 뜻이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꽃말은 '정성 어린 사랑', '잃어버린 사랑', '개성미'이다.

 

이 꽃과의 인연은 작년 여름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 정선 시골자락 어느 식당에 냉면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식당 입구 한쪽의 화분에 심어져 있었는데 주황색 꽃잎에 담긴 무늬가 하도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요즘 어플만 키면 어떤 식물인지 이름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좋은 세상이지 않은가! 이 꽃의 이름을 아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인터넷 주문을 했고 작은 모종 6개를 11,000원 지불하고 데려왔다. 

2024년 8월 3일 범부채 식재

정말로 잎이 시원하게 뻗은 부챗살을 닮았다. 세 포트씩 두 군데로 나누어 심었으나 꽃은 보지 못하고 서리를 맞았다. 올봄 새로운 싹이 꼬물꼬물 올라올 때  다른 곳의 세 포트를 다시 뽑아다가 6개의 식구들을 같이 자라게 해 주었다. 성장의 속도는 눈부셨다.

2025년 6월 7일 범부채
2025년 6월 15일 범부채

 

정원에 거의 매주 가기는 했지만 모든 아이들을 살펴볼 겨를이 없다. 지난주에도 꽃밭에는 손길이 미치치 못했다. 텃밭에 내 손길을 빼앗긴 꽃들은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범부채의 꽃대가 올라오는 신호가 분명 있었을 텐데 이 형편없는 가드너는 눈치채지 못하고 꽃이 피고 나서야 눈길을 준다. 핸드폰의 사진첩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2025년 6월 15일부터 2025년 7월 13일 사이에 찍은 사진이 없다. 한 달 만에 호피무늬 아로새겨진 주황색 꽃이 핀 것을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무더운 땡볕을 이기고 꽃을 피우다니 감동 그 자체다. 정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모습에서 비장한 기개가 느껴진다. 도도하게 서 있는 모습에 믿음이 간다. 잎의 기세에 비해 꽃의 크기는 다소 작지만 단단하고 야무지다. 

 

우리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마음을 가족에 기대고 친구에게 기대고 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 살 수 없지 않은가! 살다가 여러 가지 마음의 색깔 중 어느 하나 정도는 사람에게 기댈 수 없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이 도도한 범부채에게 작은 마음 한 자락 기대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 한 조각 기대어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이 범부채가 오늘 내겐 아주 든든하게 보인다. 1년 전 내 손에 기대어 승정원에 뿌리를 내린 범부채가 1년 후 내 마음을 기대어도 좋을 만큼 잘 자라서 꽃을 피웠다. 작년에 흘린 땀방울이 올해 결실을 맺었다. 그래서 나는 내년을 위해 다시 호미를 잡고 땅을 판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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