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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땅콩의 성장 과정

by seung-garden 202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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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텃밭을 시작하던 왕초보 시절에 땅콩 모종 두 개를 사다가 심어 놓고는 돌보지 않고 방치했던 경험이 있다. 어린 모종을 심어 놓고 물만 주면 자라는 줄 알았던 無知의 결과로 물론 수확도 없었다.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이었다. 심어 놓은 땅콩 모종은 어느새 잡초에 휘감겨 존재조차 잊히고 말았던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하여 올해 5월 어느 날 2년 전 나의 과오를 씻어 내려는 마음으로 열 개의 어린 모종을 데려와 승정원에 심었다. 땅콩의 잎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하다. 방긋 웃고 있는 모습으로 마치 무언의 속삭임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잎의 모양은 저절로 미소를 부른다. 아무튼 모종을 심어 놓고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애지중지 돌보았으며 무엇보다 키우는 방법을 공부하였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 가득 안고~~.

2024년 6월 9일 땅꽁 모종
2024년 6월 29일 텃밭의 땅콩
2024년 6월 29일 땅콩의 꽃

아마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종 정식 후 한 달여 지난 시점에서 꽃을 보여준 것 같다. 샛노란색의 작은 꽃이 땅에서 가까운 뿌리 근처의 줄기에서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잎도 방긋 웃으며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이 시점에 해 주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 땅콩은 땅 속에서 나오기에 고구마처럼 뿌리에서 열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꽃이 피고 그 꽃이 지면 기다란 씨방이 생겨나는데 이것의 이름이 자방병이다. 이 자방병이 땅속으로 내려가서 어느 정도 깊이가 되어야 땅콩열매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모종을 심을 때 해 두었던 멀칭 비닐을 벗겨내야 하며 이것은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어린 씨방자루가 비닐을 뚫고 들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비닐 멀칭을 제거한 후 자방병이 땅속에 묻히도록 북돋우기를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줄기들을 옆으로 제치고 그 위에 흙을 한 삽 떠서 올려주면 된다. 꽃이 땅 속으로 묻히도록 하는 작업이다.

2024년 7월 6일 땅콩 북돋우기

줄기를 억지로 눕혀서 흙을 올리면 행여나 이 아이들이 죽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생기지만 생각 외로 이 아이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일주일 뒤에 다시 찾은 승정원에서 다시 우뚝 선 아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2024년 7월 13일 텃밭의 땅콩

자방병 북돋우기는 8월 중순 어느 날 한 차례 더 해주었다. 사실 한 차례 북돋우기를 더 해주고 싶었으나 내게 있어 더운 날 줄기를 눕히고 흙을 한 삽 한 삽 뜨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삽도 무겁고 흙도 무겁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땅콩이들을 생각하며 겨우겨우 했다. 멈출 줄 모르는 시간이란 녀석은 흐르고 흘러 9월이 되었고 푸른 미소를 가득 머금은 땅콩 잎들이 조금씩 퇴색되어 가길래 수확하기로 했다. 시험 삼아서 한 줄기만 파서 보니 그물망 닮은 겉옷을 입은 땅콩이 제법 달려 있길래 마음을 정했다.

2024년 9월 26일 땅콩수확

 

2024년 9월 26일 땅콩 수확
2024년 9월 26일 땅콩수확
땅콩 말리기
자방병과 땅콩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열 개의 모종을 심어서 약 2kg 남짓 수확한 농사가 풍작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無知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아니한가? 겉에 묻어있는 흙을 깨끗하게 씻은 후 집으로 데려와 채반에 펼쳐 아파트 베란다에 두었다. 이리저리 뒤집어 가며 말려야 하기에 산골에 혼자 두고 올 수 없었다. 가느다란 씨방 줄기인 자방병에 의지하여 땅콩 열매가 달린 것을 보니 탯줄 하나에 의지하여 새 생명이 자라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지 않은가! 생명의 신비로움이여! 그런데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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