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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작약과 개미의 은밀한 관계

by seung-garden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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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승정원에서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꽃은 바로 작약이다. 재작년 가을에 분홍색 겹작약의 종근을 심어서 작년 5월에 화려하게 개화한 얼굴과 감격스러운 첫 대면을 하였는데 아찔하게도 너무 짧은 개화기간에 다시 목이 말랐다. 많은 꽃들을 보기라도 하면 좀 갈증이 나아지려나 하는 마음에 그 후 토종작약의 어린 종근을 추가로 구입하여 심었는데 올해 5월 드디어 꽃을 보여준다. 어린 종근을 심었기에 사실 내년에나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이상이다. 그런데 작약 꽃봉오리에 유난히 개미가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바쁘다. 작년에 개화하기 전 꽃봉오리에서 개미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작약에 약을 뿌렸던 기억이 불현듯 스친다. 소중한 나의 작약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었다.

 

그러나 나의 무지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작약은 꽃을 피우기 전 봉오리의 표면에 있는 꿀샘에서 당분(nectar)을 분비하는데 그 물질을 개미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개미들이 이 달콤함을 즐기기 위해서 모여들고 그 과정에서 작약에 해를 주는 진딧물이나 다른 해충들을 쫓는 역할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약이 개미들로 인하여 고통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은밀한 상부상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개미가 다녀간 겹작약이 화려하게 개화한 것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였으니 그들의 관계는 상부상조의 관계가 맞으리라.

 

 

식물과 곤충이 사람처럼 서로의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운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작약은 개미에게 달콤함을 주고 개미는 작약의 꽃봉오리를 지켜준다. 작년 나의 무지함이 수없이 많은 개미들을 저 세상으로 보냈기에 올해는 개미들의 바쁜 일상을 오랫동안 서서 관찰하였다. 개미들은 야근도 허락한다. 세상 바쁘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르락내리락하며 맛있는 음식을 누린다. 어떤 맛일까? 그들의 은밀한 공생관계를 인정하고 바라보았다. 생태계의 질서는 참 위대하다.

 

 

 

정원을 가꾸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닫는다. 자연은 시간을 거스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서로 도우며 생존한다. 작약과 개미의 관계에서 지혜로운 공생을 배운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작약이 어서 빨리 만개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개미들은 봉오리 상태가 오래 유지되기를 바랄 텐데~ 이를 어쩌나! 시간이 곧 해결사로 나설 것이니 문제없다. 작약이 지고 나면 개미들은 필경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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