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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얼갈이배추 키우기

by seung-garden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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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갈이'의 사전적 정의는 '논밭을 겨울에 대강 갈아엎는 것', 또는 '푸성귀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이나 또는 그 푸성귀 자체를 말한다. 따라서 얼갈이배추가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품종의 차이가 아니라 재배하는 방법과 시기에 따라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대게는 늦가을에 심어 초겨울에 수확하므로 결구가 맺을 시간이 안 되는 상태에서 수확하기 때문에 계절이 어긋나는 때에 재배하는 것에 비추어 이름이 지어진 것이리라. 일반배추와 달리 속이 꽉 차지 않고 끝부분의 초록잎이 벌어지는 형태로 자란다.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비타민, 인, 나이아신, 식이섬유,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엽채류이다. 

 

이 배추를 파종하여 수확하고 김치로 김치로 변신시킨 경험은 올해로 3년 차다. 승정원에서는 일 년에 딱 한 번 파종한다. 날이 더워지기 전인 3월 초에 파종해야 최대한 벌레의 습격을 받지 않고 키울 수 있다. 올해는 3월 15일에 파종하였는데 보름 후인 29일에 새싹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촘촘하게 올라온 싹을 솎아주어야 공간이 확보되어 크게 자랄 수 있다. 얼갈이배추에게도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달 여 지난 후에는 제법 자라기는 했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달팽이들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만에 밭으로 달려간 옆지기가 약 스무 마리의 달팽이를 잡았다. 하우스 안에 자동 급수시설을 해놓았기 때문에 파종 이후에는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다.

 

약 40여 일가량 자란 얼갈이배추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동글한 잎들이 적당히 교집합을 이루며 사이좋게 자라고 있는 게 내 눈에는 장미꽃보다 훨씬 더 예쁘다. 땅의 빈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게 성장하였다. 작은 씨앗 하나가 이렇게 자라서 방글방글 웃고 있지 않는가! 잎이 동글동글 귀엽다. 주변에는 들깨의 싹들이 전쟁을 일으킨다. 작년 가을 하우스에서 들깨를 털었는데 그때 떨어진 씨앗들이 앞다투어 생존신고를 한다.

 

얼갈이배추를 파종한 지 약 65일 만에 수확하여 집으로 가져왔다. 장유유서를 모르는 벌레들이 예의도 없이 먼저 많은 양을 먹어치웠지만 이 정도면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다. 연한 초록 잎이 얼마나 맛있으면 이렇게 열심히 먹었을꼬! 그들도 자연의 일부이지 않은가? 배추의 입장에서 보면 파종을 한 사람은 겨우 일주일에 한 번만 들여다볼 뿐이고 달팽이는 그들 곁에 머물러 살고 있으니 마음이 누구에게 더 갔겠는가? 배추를 벌레와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이 상황이 나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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