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30 - [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 작약이 피기까지
작약이 피기까지
작약의 원산지는 중국이며 미나리아재비과의 내한성이 강한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향기가 강하며 홑꽃과 겹꽃의 다양한 종이 있고 5-6월에 개화한다. 서정주 님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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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환상적인 분홍색 겹작약꽃을 본 지 어느새 1년이 흘렀다. 시간 참 빠르다. 당시에 약 10송이 정도의 꽃이 개화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꽃의 크기는 약 1.5배 켜졌고 꽃의 개수도 2배로 늘었다. 1년 중에서 개화기간이 고작 2주에 불과한 측면에서 보면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지만 월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꽃송이의 숫자나 크기가 커졌다는 측면에서 보면 가성비는 이미 갑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관점이 달라지다니!
꽃이 피는 순간은 항상 경이로운 순간이다. 긴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꽃이 핀다. 작약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봄이 늦게 찾아오는 정선 산골의 정원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 더욱 애잔하다. 긴 기다림 끝에 작약의 어린싹이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본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싹을 올린 지 보름 가량 지났는데 기특하게도 키가 훌쩍 컸다. 커다란 알사탕을 닮은 꽃봉오리가 올라올 때는 기대와 설렘이 최고조에 달한다. 1년의 기다림을 거쳐 피어날 꽃에 대한 기대는 설렘 그 자체이다.
이 겹작약의 품종은 '사라 베르나르'이다. 보통은 사라작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00년대 초에 활동했던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이름에서 가져왔는데 아마도 이 꽃의 얼굴처럼 그 여배우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생을 살다 간 것일까? 원예사들은 꽃에 왕족, 귀족, 예술가, 유명인사의 이름을 붙이는 전통이 있다고 하니 아마도 이 꽃의 이미지처럼 그 여배우도 우아하고 화려하며 풍성하고 은은한 생을 살다 갔으리라 추론해 본다.
2주를 건너뛰고 다시 승정원을 찾았을 때는 작약이 만개한 시기를 지나 이미 시들어 가고 있었다. 서둘러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뒤늦은 마음을 가까스로 위로한다. 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줄기가 꺾인 것도 있다. 한 달 전 지지대를 세워 주었는데도 더 굵고 튼튼한 지지대가 필요하다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이미 시들어 떨어진 꽃도 있다. 어쩜 좋아! 꽃의 자태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애잔하다. 짧은 시간 피었다가 진 꽃을 보니 올해의 작약은 왠지 마음이 애잔하다. 문득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친구가 투영된다.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겨우 60년 채우기도 버거웠다며 서둘러 먼 길을 떠났다. 친구의 명복을 빈다.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꽃을 보고도 이토록 슬플 수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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