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의 한해살이 덩굴풀로 작두의 날 같이 생긴 넓고 큰 꼬투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의 중부 이남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열매는 폭 5cm, 길이 30cm로 뒷등이 편평하며 작두를 닮았고 꼬투리 안에 10-14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승정원에 작두콩을 데려온 건 지난 5월 1일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30년째 앓고 있으며 작두콩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몇 번 사서 먹은 적이 있는데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그런 단순한 이유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인터넷으로 모종을 구입하였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다. 땅에다 심기만 하면 자라는 줄 착각했다. 모종을 판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에 맞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다섯 개의 모종을 세 개, 두 개로 나누어 하우스 한편에 심었는데 초반 성장세가 영 지지부진했다. 손바닥 만한 잎이 나오기는 했는데 딱 보기에도 비실비실한 모습이다. 개미들도 득세하고 있다. 영양이 부족한 건지 수분이 부족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를 어쩌나!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작두콩은 열대 기후에 적합한 작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부 이남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일 년에 절반이 겨울인 이곳 강원도 산골에서 키우려고 하다니~~!! 성장세는 옆에서 자라고 있는 강낭콩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중간에 체념하기도 했었지만 우선은 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물도 주고 비료도 주었다. 열매가 단 한 개만 열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넝쿨을 뻗어 올라가는 본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우스 천장에 줄을 묶어 연결해 주었다. 넝쿨손이 나와서 감아 올라가기에 지켜보았다. 시키지 않아도 알려주지 않아도 식물 유전자의 힘은 놀랍고 신기하다. 비실비실하고 가녀린 줄기지만 줄을 감고 위를 향하여 쑥쑥 올라갔다.
땅에 정식한 지 두 달여 시간이 흐르도록 지지부진하던 아이의 성장세는 초복이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나니 덩달아 신이 나서 쑥쑥 컸다. 키가 훌쩍 컸을 뿐만 아니라 흰색의 꽃이 핀 것을 발견했다. 오호! 이쁘기도 해라~~!! 영국 잉글랜드 지방의 대표적인 동화 '재크와 콩나무'에 등장하는 그 콩나무가 바로 이 작두콩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잉글랜드 지방은 추운 지방인데 과연 작두콩이 맞으려나? 동화 내용에서는 주인공 재크가 이 콩나무를 타고 하늘까지 올라가는데 승정원의 콩나무는 하우스 천장에 막혀 갈 길을 잃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잎의 성장세가 강하다. 폭염인 날씨의 기운에 힘입어 하우스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 닿을 기세인 걸 보면 재크가 타고 올라간 그 콩나무가 맞을 수도 있겠다. ㅎㅎ
드디어 두 개의 콩이 열렸다. 한 개만 달려도 성공이라고 마음먹었는데 이미 두 개나 달렸으니 어느새 성공을 넘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지 않은가? 마음을 비우면 의외의 곳에서 다시 채워진다는 교훈을 또다시 배운다. 열대기후에 맞는 이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이곳에서의 적응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주고 비료를 묻어 준 나의 수고에 대해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냐며 원망하지 않았다. 이 열매를 언제 수확해서 어떻게 말리고 볶아야 차를 만들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 찾아보고 검색하여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수고를 이 작두콩 열매 또한 묵묵히 받아들이리라. 이 작두콩 나무를 타고 나도 하늘까지 올라가 볼까? 올라가서 어떤 소원을 말할까? 아직 올라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구수한 작두콩차의 향기가 입안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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