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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감둥사초(꼬랑사초) 키우기

by seung-garden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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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떡잎식물 벼목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사초는 들이나 벌판에 무리 지어 자라는 풀을 통칭하는데 생김새로 보면 벼와 조상이 같다고 할 수 있다. 향기가 없어서 벌이나 나비를 유인하지 못하므로 하나의 꽃대에서 암꽃과 수꽃이 같이 핀다. 바람이 살랑거릴 때 자연적으로 수정되어 번식한다. 높은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며 줄기는 곧게 서고 키는 20~50cm이다. 잎은 어긋나고 선처럼 가늘며 긴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영하 28도까지 견디는 최강 내한성을 갖고 있으므로 북한의 평북, 함남북에서 주로 서식하고 실제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감둥사초와 한 식구가 된 지는 올해로 3년이 되었다. 구매할 당시 이름이 '감동사초'인 줄 알고 데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감동을 주는 식물이기에 이름이 감동사초란 말인가 의아해하면서 말이다. 후에 키우면서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정확한 이름이 꽃의 검은색에 유래하여 '감둥사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외에 '검둥사초', '백산흑사초', '꼬랑사초'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꽃말은 '자중', '강인함'이다.

겨울을 지나고 나서 다듬기 전의 감둥사초

 

다듬은 후의 감둥사초

당시 화단의 경계를 만들기 위하여 다섯 포트를 가져와 3개는 줄 맞추어 심고 2개는 모아서 심었다. 위의 사진이 줄 맞추어 세 개를 심은 것인데 겨울을 지나고 난 후의 묵은 잎들이 마치 볏짚을 방치하여 쌓아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를 산발하고 삶을 포기한듯한 자태가 살아있는 식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여겨 즉시 야외 미용실을 차리고 머리를 다듬어주었다. 

다듬고 2주 후의 감둥사초

 3월 중순 산발한듯한 모양을 다듬어 주었는데 보름 만에 다시 와서 보니 검은색 꽃대가 올라왔다. 그동안 산발한 머리처럼 싱숭생숭했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묵은 잎을 때맞춰 잘 다듬었다고 생각했다. 감둥사초의 미모가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오우~~멋진걸!

검은 꽃이 완전 개화한 모습

검은 자줏빛의 꽃이 피고 나서 다시 일주일 후 승정원을 찾았을 때 꽃이 만개하여 끝부분이 마치 이삭처럼 연한 노란색으로 피었다. 햇빛을 많이 받은 쪽이 더 많이 개화하였다. 튤립이나 수선화는 아직 개화소식이 없어 애가 타는데 뜻밖에 감둥사초가 감동을 선사한다. 봄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모습이 앙증맞고 귀여워~ 어쩜 좋아!

 

사실 사초는 꽃보다는 잎의 관상가치가 더 높은 식물이다. 봄에 이렇게 꽃을 피운 감둥사초는 꽃이 지고 나면 줄기가 가늘어지고 꽃대가 늘어지면서 겨울이 오기 전까지 청록색의 잎을 유지하다가 겨울이 오면 가느다란 잎이 갈색으로 변하여 추위를 견딘다. 별다른 관리도 필요 없다. 키가 크지 않아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 다른 화초들과도 잘 어울린다. 

문득 나에게 전지전능한 능력이라도 생긴 것일까? 식물과 소통하는 능력이라도 생긴 듯 감둥사초가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를 그들의 동반자로 받아주었노라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사시사철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관찰하기를 허락하고 전동가위를 들이대는 것을 허락하고 바로 옆자리에 번식해 놓은 아가들을 허락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도 그들은 나의 선택을 존중하노라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과의 소통이 새삼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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