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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타이어 재활용 화분 만들기

by seung-garden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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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자동차의 타이어 4개를 코스트코에서 전면교체했다. 당시 정비사님께 4개 중 2개를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며 곱게 포장까지 해서 차 트렁크에 실어 놓으셨다. 다시 이 두 개의 타이어가 장거리 여행을 해서 강원도 산골에 왔고 나는 이것으로 재활용 화분을 만들었다. 일년생 화초를 심겠다는 야심 찬 계획아래 봄맞이 정원일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다. 먼저 옆지기에게 부엽토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소형 수레에 흙을 실어올 것을 부탁했다. 타이어 바닥에 양파망을 깔고 그 위에 흙을 채웠다. 애초에 부엽토와 마사토를 적당량 섞을 계획이었으나 흙에 모레가 많이 섞여 있는 데다가 소나무 낙엽이 빚어낸 시커먼스 퇴비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다른 흙을 섞지 않고 그대로 했다. 물 빠짐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산기슭에서 퍼 온 흙의 향기가 참 좋다.

식재를 하기 전에 먼저 타이어에 예쁜 색으로 페인트칠을 할 계획이었는데 다음으로 미루었다. 사실 좀 귀찮기도 하고..봄에는 할 일이 많아 미처 페인트를 구입할 섬세한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해서. 아니 알록달록한 꽃의 색을 살려 줄 화분의 색감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해두자.ㅎ 타이어의 높이가 30cm가 채 안되기 때문에 키가 작은 일 년생 꽃이 적당하므로 고심 끝에 비올라와 데모루를 심기로 결정했다. 식물을 심을 때는 땅 위의 상부키가 뿌리의 길이를 의미하므로 그것을 기준 삼아 화분 깊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비올라는 자연발아가 잘돼서 조금 더 기다리면 정원 여기저기에서 앙증맞은 아기새싹들을 만날 수 있지만 성질 급한 나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6 포트를 구입했다. 신품종도 있으니 가성비는 최고다.

타이어로 재활용한 화분은 비닐하우스 앞에 놓았다. 집에 들어서는 초입이기도 하거니와 몇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오가며 꽃들과 눈맞춤할 수 있도록 도로에서 잘 보이는 장소에 놓고 꽃들이 사랑스러운 눈길을 받으며 잘 자라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람도 배려하고, 꽃들도 배려하고...

위실나무 두 그루도 화분에 심어 같이 놓았다. 일주일 후에 갔을 때 꽃들의 얼굴을 보니 낯선 타이어 화분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새 꽃이 풍성해졌으니 말이다. 이제는 꽃얼굴만 봐도 땅속에서 뿌리를 잘 내렸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정녕 식물과 소통하는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다음번에는 시커먼스 타이어에 예쁜 옷을 입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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