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바위솔의 번식

by seung-garden 2024. 5. 15.
반응형

바위솔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자라는 모습이 소나무 잎이나 솔방울을 닮았다고 해서 와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 승정원에서는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바위솔의 번식이 한창이다. 엄지손톱만큼이나 작은 바위솔도 출산에 여념이 없다.

 

재작년 가을, 산골살이가 막 시작되던 즈음에 화원에 갔다가 우연히 바위솔을 보았다. 다육이처럼 보이는 것이 크기도 작고 귀여운 데다가 키우기도 어렵지 않다는 화원사장님의 권유에 두 세 포트를 샀었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국화바위솔과 거미바위솔로 기억한다. 보이는 대로 무엇이던 심고 싶어 하던 초보가드너였기에 대책 없이 그냥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노지에 묻어놓고 얼마 안 되어 겨울이 왔고 제대로 관리도 할 줄 몰랐기에 그냥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봄, 그러니까 2023년 봄에 꽃을 심으려 호미질을 하는데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던 바위솔들이 내 호미 끝에서 몸부림치고 있지 많은가! 아뿔싸! 늦었지만 남천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아서 심어주었다. 그로부터 1년 후...작디작은 바위솔이 출산을 하고 있다. 내 엄지손톱만큼의 크기인데 어느새 어미가 되어 자구(원래의 줄기에서 발생한 새끼球)를 출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눈길은커녕 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또다시 경험한다.

출산에 여념이 없는 바위솔
나무 아래에서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바위솔

모체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며 잎 사이에서 수십 개의 자구를 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미역국이라도 끓여줘야 하나?ㅎ 일단 자리가 부족한 듯하여 넓은 곳으로 이주시키고 미역국 대신 손수 만든 깻묵액비를 물에 희석하여 뿌려주었다.

출산 중인 바위솔
노지의 바위솔1
노지의 바위솔2

두 번의 겨울을 보내면서 내가 직접 겪은 바위솔의 생육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바위솔은 겨우내 웅크리고 있다가 날씨가 풀리면서 기지개를 켬과 동시에 번식이 시작된다.

2. 화분이 아닌 노지에 직접 심었을 경우에 물관리는 따로 할 필요가 없다.

3. 굳이 다육이 전용흙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물 빠짐이 좋은 흙이면 된다. 

4. 바위솔은 햇빛의 양이 충분한 곳을 좋아한다.

5. 내한성은 최고다.

새로 이주한 바위솔

작은 자구들을 하나씩 떼내어 다시 심어주었다. 여리디 여린 가느다란 줄기하나로 모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떼어내면서 마음이 좀 그랬다. 마치 사람의 탯줄을 자르는 것과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인지!  너무 어린 자구는 차마 어쩌지 못하고 좀 더 키우라고 그냥 두기도 하였다. 새로 정비한 화분의 빈자리는 다시 곧 채워질 것이다. 뿌리가 시원치 않은 아가들도 곧 뿌리를 잘 내리리라 믿는다. 독립시켜 따로 심어 자리가 넓어졌으니 성장속도도 그에 비례하여 왕성해질 것이다. 마치 품 안의 자식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나면 더 의젓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내 아이들도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