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다. 백합목 수선화과 수선화속에 속하는 구근식물로 이른 봄에 개화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신비', '자존심', '고결' 등의 꽃말을 갖고 있으며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다. 수선화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시스(나르키소스)가 제 모습에 반하여 죽어 꽃이 된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예뻤으면~~ㅎ 그래서 학명이 narcisus tazette var인가! 영명은 daffodil인데 아스포델이라는 꽃과 동일시되는 것에서 유래하며 이는 나르키소스가 변한 꽃뿐만 아니라 저승에서 피어나는 꽃으로도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선화(水仙花)의 水仙은 물에 사는 선녀 혹은 신선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의미도 있다. 현재 수천 개의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추사 김정희가 좋아했던 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제주도로 유배를 갔을 때 육지에서 귀한 수선화가 제주도에서는 소도 안 먹는 악명 높은 잡초로 널려있는 것을 보고 귀한 것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천대를 받는 것에 놀랐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제주도에 갇혀있는 자신의 처지를 보는 듯했을 것이다.
승정원에는 꽃밭을 가꾸던 첫 해에 한 종류의 수선화를 심었었는데 작년 가을 4종의 수선화를 더 데려다 심었다. 노지에 곧바로 식재하였으므로 별도로 물관리는 하지 않았다. 태양이 그리고 빗물이 영양을 아낌없이 나누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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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은 기상이변 탓에 작년보다 수선화의 개화가 열흘가량 늦었다. 그래서인지 수선화가 더욱 반갑다. 정원 여기저기 나누어 식재하고 혹시나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나였다. 수줍게 고개 숙인 채 인사하는 수선화 어찌 예쁘지 아니한가?
현재 5종의 수선화가 모두 개화하였다. 각각의 종의 이름은 잘 모른다. 겹꽃도 있고 홑꽃도 있다. 노란색도 있고 흰색도 있으며 두 가지의 색이 절묘하게 섞인 꽃도 있다. 종의 이름을 모르면 어떠한가? 내게 있어 모두 수선화다. 그저 예쁘디예쁜 한 송이 수선화다.
아직은 모두 개화하지 않았고 개화 중에 있다. 봄꽃이 귀한 지금 내게로 와 주어서 고맙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아련하다. 시 한 편 소개한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作)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고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않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은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요즘 꽃도 피고 손주도 태어나고 삶이 환희 그 자체이다. 적어도 지금은 수선화가 있고, 새로운 생명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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