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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접시꽃 파종, 그 후 500여 일

by seung-garden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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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목 아욱과 접시꽃속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중국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 전역의 화단이나 길가 등에서 피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촉나라의 꽃이라는 의미에서 촉규(蜀葵)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접시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접시꽃이라고 부른다.

접시꽃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중략....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습니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의 한 구절이다. 암투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며 지은 시로 1986년 발표되었으며 애절함과 비통함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시다. 그러나 승정원에서 이 꽃과의 인연은 애절함이나 비통함과는 거리가 멀다. 최초로 씨앗 발아에 성공하여 나로 하여금 초보 가드너의 길로 안내한 그저 사랑스러운 꽃이다.

2023년 4월 15일 노지 정식 직전의 접시꽃 모종

작년 2023년 2월 26일, 봄이 그리 멀지 않은 겨울날 실내에서 겹접시꽃 씨앗을 2개 파종하여 애지중지 키운 모종을 같은 해 4월 15일 노지에 정식하였다. 씨앗 파종 당해에는 꽃을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지고도 한참이 지난 8월에 뒤늦게 꽃을 보여주었다. 가느다란 줄기가 올라오더니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꽃을 보여주었다. 키는 70~80cm 정도였으며 꽃은 아마 두세 송이 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씨앗이 발아한 순간 못지않게 꽃이 피는 순간도 환호성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기뻤다. 

2023년 8월 16일의 접시꽃
2023년 8월 16일의 접시꽃

장마를 겪고 가을을 맞이하고 다시 겨울이 왔다. 시간은 기다림 없이 냉정하게 제 갈길을 가고 접시꽃도 그에 발맞추어 월동을 하였다. 올봄 다시 싹을 올리더니 줄기는 작년의 서너 배쯤 굵어졌고 잎의 무성함도 눈에 띌 정도였다. 벌레의 습격도 끄떡없이 이겨내었다.

2024년 6월 15일 접시꽃
2024년 6월 15일의 접시꽃 꽃망울

잎 겨드랑이에서 꽃망울이 생기는데 아래에서부터 피어 위로 올라간다. 언뜻 보면 작약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무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름 후 다시 갔을 때 두 개의 꽃송이가 주인 없는 꽃밭에서 꿋꿋하게 개화하였고 그 위로 개화 순서를 기다리는 여러 개의 꽃송이를 보고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2024년 6월 30일 접시꽃
2024년 7월 12일의 접시꽃
2024년 7월 12일 접시꽃
2024년 7월 12일 접시꽃

지난주에 이 아이의 키는 이미 나를 능가하여 족히 2미터는 되었다. 비바람에 나부끼어 떨어진 꽃송이가 바닥에 즐비하다. 오호통재라! 행여 줄기가 상할까 저어 되어 지지대를 묶어 주었다. 꽃의 자태는 단순히 접시를 닮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핑크색 레이스실로 한 올 한 올 씨실과 날실이 교차되어 탄생한 보드라운 카네이션에 가깝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가 2년생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 뿌리로 겨울을 날 지, 씨앗이 다시 자연발아할지 내년 이맘때가 되면 알 수 있으리라!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라는 시의 한 구절을 접시꽃 꽃송이가 말하는 것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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