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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10월의 마지막 날, 꽃밭에는~

by seung-garden 202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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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바아흐로 모 가수의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10월의 마지막에 와 있으나 가을이 내려앉은 나의 정원은 잊혀진 계절이라기보다는 계절을 잊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할 정도로 꽃잔치가 흐드러지게 벌어졌다. 아마 1년 중 꽃들이 가장 풍성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원이 꽉 찼다. 발 디딜 틈도 없다. 잡초가 들어설 자리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더더욱 말이 필요 없다. 그저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자리 잡는다.

자연발아한 메리골드
자연발아한 메리골드
돌단풍
산국
아게라텀
나비바늘꽃 가우라
쵸코 코스모스
사계 패랭이
향등골풀과 구절초
붓들레아 (보라, 분홍)
분홍 구절초
핫립 세이지
숙근 코스모스 썬빔
플록스
주황 구절초

 

자연발아한 메리골드가 진한 붉은색을 뽐내고 있고 바위틈의 돌단풍이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빨간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디서 씨앗이 날아왔는지 작년에는 보이지 않던 산국화가 노란 물을 들이고 지치지도 않는 아게라텀은 보라색 꽃을 끊임없이 피어댄다. 나비바늘꽃 가우라는 지금이 제 전성기라고 말하며 비실대던 여름날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을바람에 하늘하늘 나비춤을 춘다. 쵸코 코스모스는 도대체 지금 몇 달째 개화 중인지 알 수가 없고 사계패랭이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데려 온 붓들레아는 벌들하고 노느라 가을이 온 것을 잊었는가? 핫립세이지는 매혹적인 입술로 자꾸 유혹한다. 숙근 코스코스 썬빔도 지조를 지키고 있다. 흰색 플록스는 한송이가 외롭게 남았지만 꽃송이의 크기에 압도된다. 구절초는 여전히 주황물결이다.

들국화보다 더 활짝 핀 내 어머니 옥분여사의 환한 미소를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냥 혼자 울컥했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얼굴이 너무 고와서 그만 울컥했다. 2024년 10월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자연이 풀어 준 물감놀이와 흙장난을 하며 3박 4일이 후딱 지나갔다. 나와 내 어머니 그리고 꽃들과 함께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우리들이 이 계절을 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