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저 마다 새 옷을 갈아입기 바쁘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서리를 맞을 시간이 목전에 와 있는 텃밭은 흡사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가동하는 공장처럼 각자의 막바지 생산에 여념이 없다. 출산 대마왕인 방울토마토는 도대체 언제까지 출산하려는 건지 아직도 줄기 끝에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파랗게 설 익은 열매는 언제나 빨갛게 익으려나? 시간이 없는데 어쩜 좋은가? 그걸 알고도 끊임없이 꽃을 피우는 것인가?
그건 고추도 마찬가지다. 이미 다 수확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서늘해진 기온으로 벌레의 공격이 뜸해진 틈을 타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실한 녀석들을 주렁주렁 낳고 있다. 가루로 빻을 건 방앗간에 다녀온 지 오랜데 지금 다시 오는 아이들은 어쩌나? 다시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 않겠나? 수줍게 고개 숙인 고추꽃이 너무나도 귀엽다.
가지도 여전히 꽃을 피운다. 기력이 쇠하여 잘 키울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새로운 순이 돋아나고 보라색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무성한 나무로 성장하고 있다. 혹시 추운 겨울이 야속하다 생각하고 있는가?
김장채소도 나름 잘 자라고 있다. 폭염에 배추가 온갖 수난을 겪으며 생사의 기로에서 몇 번의 고비를 넘겼지만 살 놈은 살고 초록별로 간 녀석들은 미련 없이 떠났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먹으면 된다. 대파는 팔뚝만 한 굵기로 성장했고 쪽파도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무의 작황은 매우 성공적이다.
단호박은 아직도 사이가 좋다. 한편에서는 먼저 나온 줄기가 시들어가고 또 한편에서는 새로운 줄기가 나오고 심지어 꽃도 피우고 있다. 서리가 오면 끝날 이 삶들을 어쩜 좋은가?
참으로 감사하지 아니한가? 햇빛이 공짜였고 바람도 공짜였다. 가끔씩 내리는 비는 보약이 되고 영양이 되었다. 무상으로 부여받은 자연의 힘에 약간의 노동이 더해져 이렇게 많은 먹거리를 선물로 받았다. input보다 output이 훨씬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참으로 고맙지 아니한가? 작물들아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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