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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두릅이 풍년이다

by seung-garden 202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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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어가는 산촌에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산과 밭에서 채취한 두릅은 마트에서 사려면 비싸지만 조금의 발품만 팔면 산촌에서는 아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두릅은 내게 있어 봄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비싼 채소에 불과했다. 그러나 산촌생활 3년 차인 올해 밭에 60여 그루의 두릅나무를 심은 이후로는 더 이상 비싼 채소가 아니다. 마트에서 한 팩에 3만 원 하는 걸 들었다 놨다 할 필요도 없다. 정말 신난다. 게다가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두릅나무가 요즘에는 눈에 많이 띈다. 아마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리라. 두릅은 단백질이 많고 지방, 당질, 섬유질, 인, 칼슘, 철분, 비타민과 사포닌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혈중지질을 낮추어주므로 신장병, 위장병, 당뇨병에 좋은 그야말로 영양의 보고이다. 지난 4월 온 가족이 출동하여 심은 나무에 두릅 싹이 뚫고 올라왔다. 심을 당시의 모습으로는 그냥 나무 막대기에 불과해서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이 작고 여린 새싹을 보고 있으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든다.

심은 지 한달 된 두릅나무

아니씨가 산에 가서 채취해 온 두릅도 한가득이다. 뒷산에 무슨 보물들이 그렇게 많은지 잠시 다녀오면 한아름 산나물을 안고 온다. 자연이 내어주는 나물이 요술쟁이일까? 아니면 아니씨가 요술쟁이일까? 암튼 덕분에 가족들의 입이 즐거우니 즐겁지 아니한가!  올봄 우리 가족이 먹은 두릅은 아마도 몇 십만 원어치는 될 것이다.

자연이 내어 준 두릅

두릅은 일반적으로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살포시 얹어서 먹으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맛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전으로 만들었다. 밀가루 살짝 입힌 후 계란 한 개 넣어서 버물버물한 후 기름에 지글지글.  간은 따로 하지 않았다. 새콤달콤 간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입힌 두릅
계란 입힌 두릅

4월 14일 승정원에서 꽃에 취해 그만 발목을 삐끗했었다. 색깔 고운 무스카리에 정신을 빼앗겨 발을 헛디뎠으나 예쁜 꽃을 탓할 수 없으니 다 내 탓이다. 반복되는 고질병이라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약 3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어쩌랴! 다시 기운 차리고 일어나야지..

두릅전과 맥주 한 잔

.그동안 마음 고생한 나에게 두릅전 한 조각 선물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