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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열무와 얼갈이배추, 씨앗에서 식탁까지 그 짧은 여정

by seung-garden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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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와 얼갈이배추는 파종한 후 약 40여 일 정도면 수확한다. 3월 15일에 파종한 열무와 얼갈이배추가 훌쩍 자랐기에 모두 수확하여 봄김치를 담았다.

 

올해 3월15일 땅이 녹자마자 열무와 얼갈이배추 씨앗을 파종했었다. 주말 농장인지라 씨앗을 묻어놓고 물을 자주 주지 못해 씨앗 발아가 늦었지만 자연은 거짓이 없으므로 때맞춰 발아하였고 약 45일 만에 오늘 수확하였다. 아직 날이 더워지기 전이라서 벌레들의 습격을 많이 받지 않아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 단단하고 야무지게 키우지는 못했지만 무척 연하다. 100% 유기농은 없다고 말들 하지만 내 손 내 농 먹거리야 말로 100% 유기농이다. 벌레들을 쫓아내려 하지 말고 적당히 나누어 준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그들도 생존해야 하니까... 봄부터 여름까지 야들야들한 열무와 얼갈이가 사람들의 혀를 행복으로 감싸주는데 작디작은 벌레들에게도 분명 맛있을 테니까 조금 나누어 주는 게 맞지 싶다.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긴 하지만 아주 만족스럽다. 땅에서 뽑는 손맛도 미소가 절로 나올 만큼 행복감을 안겨준다. 밭에 있는 쪽파도 합류시켰다.

 

다듬어 씻고 소금에 절였다. 절여지는 동안에 양념을 준비했다. 나의 음식에 특별한 레시피는 없다. 물론 정확하게 계량하지도 않는다. 100% 내 손의 감을 믿는다. 작년에 수확한 고추를 몇 개 말려두었는데 그것을 물에 불려서 마늘, 생강 넣고 믹서기에 휘리릭..국물을 잡아서 풀국 넣고 액젓 두 세 숟가락 넣은 후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한다. 국물이 자박자박하기에 뉴슈가도 티스푼으로 한 수저 넣어주고 작년에 담은 개복숭아 효소도 조금 가미했다.

주말에 형님댁 식구들이 방문할 예정이다. 형님댁 다섯 식구, 우리집 다섯 식구, 모두 열 명이다. 원래 각 네 식구였는데 형님댁은 며느리가 생겼고 우리 집도 작년 말 사위가 가족이 되었으므로 새 식구들까지 대거 출동할 예정이다. 그래서 각 한 통씩 주고 싶어 네 통에 나누어 담았다.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간을 보고 또 보고..몸은 고되지만 보람찬 하루가 저문다.

 

나는 파종하고, 물을 준 거 밖에 없는데 자연은 이렇게 많은 행복감을 준다. 고맙고 위대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