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게라텀(Ageratum houstonianum)은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일년생 식물로 원산지는 멕시코와 페루라서 멕시코엉겅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봄에 파종하여 일년초로 재배되지만 원산지에서는 반관목성 다년초로 야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생육 및 개화가 양호하며 여름철 고온기에는 꽃이 잘 피지 못하지만 내서성이 비교적 강하며 15~25도가 생육적정온도이다. 서리가 내리면 고사한다.
승정원에 이 꽃을 데려온 건 약 두 달 전이다. 그동안 다년생 노지월동 화초만을 고집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일년생 화초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싶다. 긴 개화시간을 갖고 있는 식물은 대부분 일년생이다. 꽃에 대한 나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는 것들이 대부분 일년생이기에 늦었지만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식물이란 게 참 신기한 것이 노지월동 다년생은 내년이 있기에 꽃을 보여주는 시간이 짧은 편이다. 길어야 1~2주 정도 꽃을 보여주고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일년생 화초들은 그들의 수명이 1년 아니 겨울에 월동하지 못하므로 고작 몇 개월의 삶을 살다 가기에 가능한 한 긴 시간 동안 꽃을 보여주고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대부분 많은 씨앗을 남기고 자연발아율도 높다. 작은 식물에 담긴 생존본능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배운다.
솜털 같은 작은 보라색의 꽃에 그만 내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세 포트를 9,900원에 구입하여 정원 앞쪽에 심었는데 약 5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꽃을 피운다. 시든 꽃을 따줘야 새로운 꽃대가 올라오는데 사실 시든 꽃까지 돌볼 여력이 없다. 심어만 놓고 방치한 셈이다. 따로 물관리도 하지 않았다. 보약 같은 비를 맞으니 노지에 심은 화초들에게 특별한 물관리는 안 해도 된다. 봄철에 물 한 두 번 주는 게 고작이지만 이 아이는 장마를 보내고 식재한 터라 별도로 물을 주지는 않았다. 자그마한 키에 옆으로 몸집을 불려 족히 세 배는 불어났다. 이런 효자식물을 그동안 몰라보다니! 빼곡하게 옆으로 퍼져나가니 잡초가 올라올 틈도 주지 않는다. 어찌 기특하지 아니한가!
줄기에 1.5cm 정도의 아주 작은 꽃이 보송보송한 솜털처럼 피어난다. 키는 20cm 정도이고 가지가 갈라지고 잎은 마주나거나 어긋나고 오밀조밀 줄기에 붙어있는 초록잎사귀는 귀여움의 정도가 가히 치사량급이다.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무늬가 있고 잎면에는 줄무늬가 독특하다. 솜뭉치를 닮은 꽃모양 덕분에 풀솜꽃이라는 이름도 있으며 아게라텀이 그리스어로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뜻이 있어서 불로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꽃을 아껴주면 나이를 먹지 않으려나? 욕심도 참 과하다. 꽃에 취하여 노화의 속도라도 다소 늦춰진다면 고맙지 아니한가! 꽃말은 '신뢰'와 '믿음'이다.
세상에나 정말이지 예뻐도 너무 예쁘다. 보고 또 보고 오랜 시간 눈길을 주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온다. 혼자보기 참 아깝다. 월동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다 갖출 수는 없는 법이니까! 가을에 채종하여 올 겨울에 실내에서 파종할 계획이다. 내년 승정원의 지피식물로 낙점하였다. 흰색과 분홍색도 있다고 하니 욕심을 한 번 부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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