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원산지이며 미나리아재비과 꿩의 다리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꿩의 다리라는 이름은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키다리 인형'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꽃은 연한 보라색인데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만큼 예쁘다. 꽃잎의 모양은 4갈래로 갈라지는 타원형이며 수술 부분이 노란색이라 암술과 수술이 확연하게 구별되는데 이 수술 부분의 노란색이 마치 꽃에 금이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금꿩의 다리라고 부른다.
이 꽃이 승정원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작년 봄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작년에 꽃을 보지 못했다. 세 포트 중에서 두 개가 살아남아서 월동하였고 올봄 싹을 올리긴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키만 지나치게 쑥쑥 컸다. 키만 보연 승정원에서 단연 1등이다. 가느다란 줄기 하나에 의지한 채 곧 부러질 듯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지지대를 해 주었는데 지지대는 1.2미터에 불과하고 꽃의 줄기는 2미터가 넘어서 방법이 없었다. 좋은 가드너는 가위질을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좋은 가드너는 아닌 것 같다. 살아있는 줄기에 가위를 대는 것이 매번 좀 망설여진다. 번식이 왕성한 아이들은 그래도 좀 덜한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혹시 잘못 잘라서 꽃을 못 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금꿩의 다리는 마치 꿩이 긴 다리로 하늘을 향하여 성큼성큼 걸어가듯이 키가 커서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어렵다. 땅에서 영역을 넓힐 욕심은 없는 듯하다.
줄기가 가늘어도 너무 가늘다. 줄기 끝에 달리는 꽃송이는 너무 작아서 꽃인 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아니 꽃이 예쁜 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 아마도 나 보다 키가 커서 올려다보아야 하니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지난 7월 중순 잎도 없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2m 길이의 줄기를 지면에서 30cm 남기고 가차 없이 잘라 주었다. 줄기의 아랫부분에 잎이 모여 있는데 잎의 모양은 하트모양의 잎이 마주 보고 있으며 마치 사람이 웃고 있는 얼굴이 연상된다.
적심을 하고 난 후 한 달 보름 남짓 시간이 흘렀는데 가느다란 줄기 하나에서 꽃이 피었다. 곧게 뻗은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는데 가지의 색은 자주색을 띤다. 올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내려다보니 꽃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어쩜 좋아! 숨이 멎을 만큼 예뻐 예뻐!
작년에 구입한 세 포트 중 올해 두 개가 살아남았지만 꽃은 한 개에서만 피었다. 나머지 한 포트는 줄기가 가늘지만 잎의 모양으로 보아 내년을 기대해야겠다. 내년에는 이 아이들의 친척인 은꿩의 다리, 긴 잎 꿩의 다리 등도 데려와 한 지붕 아래서 살게 하면 일가를 이루어 승승장구하려나? 야생화의 매력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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