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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철포백합 성장과정

by seung-garden 202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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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철포백합은 철포나리라고도 불리며 백합 중에서 가장 늦은 8월에 개화한다. 높이 60~80cm 정도 자라는 구근식물이다. 꽃통의 길이는 15~18cm로 순백색을 띠며 내측은 황록색이 난다. 수술의 꽃밥은 암갈색이며 암술은 수술보다 길다. 꽃은 향기가 좋고 구근의 크기에 따라 5~6송이의 꽃이 핀다. 나팔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나팔나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포나리 꽃

올해 4월 2일 철포나리 구근 작은 것으로 10개를 새로 구입하여 승정원 돌비탈 아래 경사진 곳에 심었다. 구근식물이기에 배수를 고려하여 경사진 장소로 선택하였고 무엇보다 직사광선이 아낌없이 내려쬐는 양지바른 곳이라 안성맞춤인 장소라 생각하였다. 그로부터 두 달이 흐른 6월 7일 오랜 기다림 끝에 약 3~4cm 정도의 새싹이 올라왔다. 반가운 상봉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세어가며 열개가 모두 싹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라 볼 때마다 잡초를 뽑아주며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다른 백합들이 피었다가 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달 후 7월 1일에 키만 20cm 정도 자랐는데 꽃망울은 볼 수가 없었다.

2024년 6월 7일 철포나리
2024년 7월 1일 철포나리
2024년 7월 25일 철포나리
2024년 8월 3일 철포나리

7월 25일 방문했을 때 키는 훌쩍 커 있었다. 언제 꽃송이를 물려나 유심히 관찰하는데 별다른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잎의 모양은 5~10cm의 길쭉한 타원형이며 잎자루가 없고 줄기를 감싸면서 어긋나기로 난다. 줄기는 굵고 수직으로 곧게 서서 자란다. 다시 일주일 후 8월 3일에 드디어 꽃을 물었다. 꽃대 하나에 3~4개의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오호~~!! 줄기 끝에 연두색의 기다란 통 모양의 꽃봉오리가 달려있다.

2024년 8월 16일 철포나리
2024년 8월 24일 철포나리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더니 드디어 8월 16일 곧 꽃이 필 거라고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 진한 갈색의 선을 그려낸다. 선의 윤곽이 아주 유연하다. 딱 보아도 어느 녀석이 가장 먼저 개화할지 알 수 있었다. 그다음 순서도 정해져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얘네들의 개화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줄기가 꼿꼿하다 하더라도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테두리에 줄을 묶어 주었다. 다시 일주일 후 드디어 한 개가 개화하였다. 그런데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래? 뒤에다 카메라를 대고 겨우 얼굴을 마주한다. 6개의 하얀 꽃잎이 갈라져 끝부분이 살짝 뒤로 젖혀지며 벌어진 모양을 하고 있다. 6개의 수술은 황갈색이며 그 보다 긴 연두색의 암술이 '나 여기 있소!' 하며 말한다.

2024년 9월 1일 철포나리

 

철포나리꽃은 자기네들이 정한 순서에 따라 개화하고 먼저 핀 순서대로 시들어가고 있다. 저마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 바라보는 방향이 모두 다르다. 하늘은 이미 가을색인데 얘네들은 무엇이 그렇게 수줍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인지~ 서로 마주 보기조차 부끄러운지 사방팔방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 정도라면 꽃말이 '순결' 보다는 '겸손'이 더 어울리는 건 아닌지~아니면 '외면'? 겸손과 외면도 종이 한 장 차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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