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과 물봉선속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이다.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남부가 원산지이다. 꽃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아 봉선화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봉황과 선녀를 합친 말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봉숭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인데 씨주머니를 건드리면 씨가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가는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슬픈 가락으로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긴 노래지만 어여쁘신 아가씨들이 손톱에 물을 들이고 첫눈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겨주기도 했던 서정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수 현철의 봉선화연정이라는 노래도 매우 친근하다. 내 아버지 살아생전 가장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 중 최애곡이었던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방에 홀로 앉아 화투패를 떼며 현철의 봉선화연정을 직접 부르시던 그 목소리와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가수 현철도 내 아버지도 이미 이 세상에는 아니 계신다. 세월의 덧없음이여!
봉선화 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잠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장미봉선화이다. 올봄 4월 어느 날 포트에 씨앗 10개를 파종하여 8개가 발아에 성공하였다. 파종 당시에는 봉선화라는 이름보다는 장미라는 이름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화분에 옮겨 키웠는데 솔직히 말하면 돌봐야 할 아이들이 많은 관계로 착한 이 아이는 의도치 않게 관리에 좀 소홀했다. 사람도 식물도 너무 착하면 안 된다. 사람도 존재감 드러내지 않고 마냥 착하기만 하면 때로 소외되고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예민한 식물들에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화분에서 자란 아이들이 주말에만 가니까 때론 물이 부족하여 축 늘어지는 현상도 생기고 하여 노지에 다시 심어주었는데 그중 한 송이에서 드디어 꽃이 피었다. 꽃만 보면 장미꽃이 맞다. 이쯤 되면 유전자 조작의 정도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꽃 중의 여왕 장미를 코스프레하다니! 한편으로는 괘씸죄! 또 한 편으로는 꽃이 예쁘니 무조건 무죄다!
작은 꽃씨 하나가 발아하여 싹을 틔우고 키가 자라면서 다시 여러 개의 줄기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다시 꽃을 피우고~
식물의 성장과정을 보면 그 경이로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사람이나 동물은 가르치고 훈련해야 온전하게 자라지 않는가! 꽃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라고 번식하고 소리 없이 생을 마감하고~ 그 일생이 참 기특하다. 사실 개인적인 느낌은 홑꽃으로 피는 봉선화가 더 봉선화스러운 것 같다. 잎은 봉선화인데 꽃이 장미이다 보니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은 느낌이지만 이쁜 게 무슨 죄라고! 내 아버지도 가수 현철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정서를 따뜻하게 안아 준 봉선화의 유전자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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