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해바라기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8~9월에 노란색의 꽃이 핀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꽃은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대륙을 발견한 후 16세기에 유럽에 소개되면서 태양의 꽃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 이유는 해를 닮은 모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를 따라 움직이는 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린 해바라기 줄기가 해가 뜨면 동쪽으로 구부러졌다가 해가 지면 서쪽으로 구부러지는데 그럴 때 꽃봉오리는 마치 해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한해살이 풀인 해바라기 이름 앞에 '숙근(宿根)'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뿌리가 밤을 잔다'는 뜻인데 다시 말하면 '월동하다'의 의미이다. 일 년 중 영하의 기온인 겨울이 3~4개월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식물이 성장하는데 많은 제약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마도 이 꽃은 한해살이에서 벗어나 여러해살이풀로 환골탈태하기 위하여 종자개량된 꽃이 아닌가 싶다.
이 꽃과의 인연은 올해 여름의 한가운데 있던 7월에 시작되었다. 폭염에 강하다고 하기에 세 포트에 만원을 주고 데려왔다. 초반 성장세가 좋았는데 옆지기가 제초작업을 하면서 그만 이 아이의 머리를 싹둑 베어 버렸다. 오호 통제라! 누구를 원망하랴! 미리 말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끙끙 속앓이를 하였는데 금방 새로운 줄기를 올렸다.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해바라기의 특징을 그대로 닮아서 키도 쑥쑥 자라났으며 약 1m 자랐을 무렵인 10월 초 드디어 꽃봉오리 머금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매주 승정원을 방문할 때마다 개화한 꽃송이가 늘어나는 것을 본다는 것은 예전 아이들을 키울 때 그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이나 신비로움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환희 그 자체다. 주인 없는 넓은 들녘에 외롭게 서서 개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거라 생각하니 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개화의 진통은 흡사 출산의 고통에 버금가지 않을까?
산과 들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고 있다. 꽃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가는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인지 일정하게 한 곳을 향하고 있다. 해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특성 때문에 '~바라기'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딸바라기, 아들바라기 등등. 나는 지금 누구를 바라기 하고 있는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건강바라기? 복을 불러오거나 재물을 불러온다는 미신과 속담이 있기 때문에 해바라기가 그려진 그림이나 액자를 집 안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기도 한다. 살아있는 숙근해바라기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복과 재물이 갑절로 오려는가? 또또또! 무슨 그런 욕심을 채우려는가? 우선은 월동에 신경 쓰는 일이 급선무이다. 게다가 어제 때아닌 폭풍우가 승정원을 지나갔다는데 이 아이에게 지지대를 세우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라이프 > 가드닝 텃밭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홍낮달맞이의 번식이 심상치 않다 (1) | 2024.10.27 |
---|---|
추식구근(秋植球根) 심다 (0) | 2024.10.24 |
황금 낮달맞이 벌써 봄을 준비하다 (1) | 2024.10.22 |
구절초(九折草) 색에 따라 개화시기 다르다 (3) | 2024.10.21 |
매자나무 (0) | 2024.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