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는 어린 시절 어느 집이든 장독대나 담장 근처에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꽃의 모습이 마치 닭의 벼슬을 닮아 계관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맨드라미가 입신출세와 벼슬을 상징한다고 하여 반드시 울 안에 심었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씨앗이 반들반들하고 매끄러워서 맨드라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고 순우리말로 강원도 사투리의 '면두'에서 유래해 '맨들'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현재 원예종으로 활발하게 개량되면서 색감이 다양하고 꽃의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그 가운데 여우꼬리 맨드라미는 꽃의 모양이 여우의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승정원에 이 꽃을 데려온 건 작년 봄 어느 시기였다. 직접 파종한 것은 아니다. 일년초이기에 군락으로 보고 싶어서 10 포트의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장마가 끝나고 나서 폭풍성장하여 늦가을까지 풍성한 꽃을 보여주고 서리가 내리기 전 작렬하게 전사하였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꽃의 끝부분 분홍색이 짙어지고 키도 적당하게 50~70cm로 자라서 정원에서 키우기에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나서 완벽하게 잊혔다. 일년생으로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올봄 그 자리에 작약 구근을 심었다. 꽃은 피지 않았지만 내년을 기대하며 열심히 잡초를 뽑으며 작약을 돌봤는데~~ 아니 글쎄 그 자리에서 여우꼬리 맨드라미 싹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그러나 작약과 개화시기가 다르니 상관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두었는데 작년보다 족히 세 배 이상 식구가 늘어났다. 작약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 주변의 여우꼬리 맨드라미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자연발아율이 이렇게 높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 손으로는 열심히 뽑아내지만 마음으로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사다가 심을 때는 언제고 이렇게 뽑아내고 있다니!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그런데 꽃이 참 예쁘다. 실제로 여우꼬리를 본적도 만져본 적도 없으나 꽃처럼 이렇게 예쁠 리가 없다. 개화기간도 길어서 효자식물에 속한다.
아직은 늦여름이라서 꽃의 색이 그렇게 진하지는 않다. 게다가 자연발아한 여우꼬리 맨드라미는 꽃대를 자르지 않고 키우면 꽃의 끝부분만 물이 들고 길이가 길어져 예쁘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내년에는 순 지르기를 하여 더욱 풍성한 꽃을 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이 꽃들이 씨앗을 맺으면 꽃대를 잘라 산비탈 언저리에 던져 놓아야겠다. 그렇게 하면 내년에는 여기저기에서 더 풍성한 꽃들과 마주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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