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꽃나무는 인동과의 낙엽성 관목으로 꽃의 모양이 병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의 산야에 흔하게 피는 나무지만 정원용 조경수로도 많이 쓰인다. 붉은병꽃나무, 삼색병꽃나무, 골병꽃나무 등 다양한 종이 있으며 최근 원예가들에 의해 품종의 육성이 활발하다.
2023년 봄 삼색병꽃나무 10cm 포트묘를 5개 구입했다. 막 정원을 시작하려는 초기에 사진으로 본 꽃의 모양이 하도 예뻐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데려와서는 햇빛 잘 비치는 양지에 나란히 심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잎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생기 없이 변하는 얼굴을 보고 부랴부랴 검색해 본 결과 이 아이들이 양지보다는 음지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난감하게도 당시 승정원에는 완벽한 음지가 없었다. 산비탈 쪽 밤나무 아래가 그늘지기는 했지만 오전 내내 햇빛이 머물다 가는 자리였기에 급한 마음에 비닐하우스 뒤쪽,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그곳에 4개를 옮겨 심고 하나는 그대로 키우기로 했다. 하우스 뒤쪽은 영양가 1도 없는 마사토 100%의 땅인데 그곳에 방치한 지 1년 만에 꽃을 보여준다. 키는 작지만 꽃이 다글다글 피어있다. 어머나! 놀라워라! 입꼬리가 끝도 없이 올라간다.
이 꽃은 꽃망울일 때는 흰색이었다가 완전히 개화하면 분홍색으로, 다시 꽃이 질 때는 좀 더 연한 분홍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삼색병꽃나무라고 부른다. 꽃 한 송이가 세 가지의 색을 보여주니 얼마나 가성비 좋은가? 이 꽃에 대한 없던 사랑이 샘솟는다. 솔직히 꽃의 모양이 병의 모양을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양지에서 1년을 보낸 1개의 삼색병꽃나무는 키도 크고 잎도 무성한데 단 한 송이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가? 제 동기들과 같이 이주하지 못하고 양지에서 홀로 산 세월에 대한 심술인가? 앙심인가? 초보가드너에게 보내는 경고인가? 햇빛 충분한 그곳은 땅에 거름도 넣어 주었는데 말이다.
분명 같이 데려온 아이들인데 내가 차별을 하였다. 어디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렇게 되었다.
소중하게 반음지로 옮겨서 동기들과 동거하도록 해준다면 내년에는 꽃얼굴을 보여주려나?
혼자보다는 모여있으면 마음 편하겠지...
'라이프 > 가드닝 텃밭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홍낮달맞이꽃과 노랑낮달맞이꽃 (0) | 2024.06.12 |
---|---|
천인국이 피었다. (1) | 2024.06.10 |
호랑이강낭콩 파종 50일 째 (1) | 2024.06.06 |
상추의 종류 (1) | 2024.06.06 |
갓꽃을 본 적이 있나요? (3) | 202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