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은 홍갓, 청갓, 돌산갓 등 종류가 많다. 김장의 부재료로 쓰기 위해 홍갓을 심고 수확했었는데 밭에서 씨앗이 발아하여 꽃을 피웠다. 심지어 수확하여 다듬고 난 후 밭의 부산물을 버린 자리에서도 하나가 발아하여 꽃이 피었다. 어쩜 이렇게 이쁠 수가!
재작년 가을에 김장의 부재료로 사용되는 홍갓의 씨앗을 하우스에 뿌렸었다. 아마 남은 씨앗이 있어 작년에도 뿌렸지 싶다. 주연이 아니고 조연인지라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추운 영하의 기온은 물론 물을 자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는 식재료다. 알싸한 향과 보랏빛 안토시아닌 색을 품고 있어 동치미에 넣으면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곱게 채색되기도 하는 귀한 색재료이건만 잘 자란다는 이유만으로 별로 공을 들이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때 담은 김장은 이미 묵은지가 되어 버렸는데 어쩌다 합류하지 못한 아이가 혼자 남아 외롭게 꽃을 피웠단 말인가?
혼자 피는 것은 외로웠을까? 두 군데서 꽃을 피웠다. 하나는 하우스 안에서 이고 하나는 밭의 부산물을 버리는 노지에서 피었다. 혼자가 외로워 각각 다른 곳에서 바라보며 서로 위로한 것일까? 키는 족히 1미터는 넘어 늘씬하고 한 십 여 송이의 노란 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 오래 보았다. 참 예쁘다. 누가 뭐래도 꽃만큼은 완벽하게 주연이다.
하우스의 갓꽃을 절화 하여 꽃병에 꽂았다. 샤스타데이지와 상록패랭이를 같이 꽂으니 더욱 조화롭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갓의 종류에 따라 꽃도 다르게 피려나? 올 겨울에는 청갓과 돌산갓도 심어 말어? 점점 늘어나는 작물의 수에 관절이 고생할게 뻔하지만 이미 내 마음속 밀당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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