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 승정원의 잡초 삼총사는 개망초, 냉이, 괭이밥이다. 그중에서 개망초가 1등이다. 1미터 이상 쭉 뻗은 키에 곧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준비 중이다. 비탈진 곳을 메우려고 이것저것 심고 있는 중인데 개망초를 이기는 식물은 없는듯하다.
작년 봄 비탈진 경사면을 채우고 싶어 자연발아 잘 된다는 메리골드, 백리향, 패랭이 종류를 다수 심었는데 다 소용이 없다. 2주 만에 다시 찾은 승정원에는 개망초 천국이었다. 키가 커서 모든 바위를 다 가리고 우뚝 서서는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포자기했다. 내겐 잡초이지만 나름 꽃도 필 것이니 그대로 둘까? 도저히 뽑을 엄두는 안 나는데...
동행한 내 엄니는 뽑지 못하면 가위로 자르자고 했다. 뿌리 바로 위를 바짝 자르면 다시 크는 데도 한계가 있을 거라 하시길래 오케이.. 엄니 말씀대로 자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작은 금쪽이 생일 선물로 사 준 전동가위가 열일했다. 개망초가 다 잘려나가고 시원하게 시야가 확보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잡초를 치우고 나니 그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와우!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동안 개망초의 큰 키에 가려서 얼마나 답답했어? 작년에 비탈면 가장 우측에 돌단풍을 10 포트 사다가 심었는데 이 아이들이 글쎄 여기저기 번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족히 1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름 그대로 바위틈에서 스스로 씨앗 발아해서 번식한 것이다. 역시 이름값을 한다.
꽃잔디는 예쁘기는 한데 꽃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주 짧다. 그래서 꽃잔디를 대신하여 송엽국을 심었었는데 작년 여름 장마에 모두 그 강을 건너가고야 말았다. 월동을 걱정했는데 의외로 과습에 약한 아이다. 번식은 정말 잘하는데 말이다. 작년에 그렇게 송엽국을 보내고 올해는 데려오지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한 포기가 잡초 사이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럴 수가.. 작년에 분홍색과 빨간색을 심었었는데 이 녀석은 무슨 색의 꽃을 보여줄까?
낮달맞이꽃은 분홍색과 노란색이 있는데 대표적인 번식왕이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서 세력을 확산하는 아이인데 어찌 된 일인지 족히 7-8 미터는 떨어진 곳에서 자라고 있다. 심지어 분홍색은 꽃도 피었다.
이외에도 패랭이가 어미와 동떨어진 곳에서 작은 꽃을 피우고 있으며 루피너스도 작년에 있던 자리에서 1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작은 모종을 발견하였다. 씨가 바람에 날려 그곳까지 갔을까? 아니면 경사면이라서 흙이 떠밀려 갔을까? 나비나 새가 옮겨다 주었을까?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들이 경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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