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알리아는 국화과에 속하는 춘식구근(봄에 심는 구근식물)이다. 원산지는 멕시코로 알려져 있으며 고산지방에서 자생하므로 대부분의 품종이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약하고 봄, 가을에 개화상태가 좋다. 꽃이 둥글고 우아하며 매우 아름답다. 구근은 덩이뿌리 형태로 되어 있는데 마치 고구마를 닮았다. 구근의 줄기 부분에 눈이 붙은 채 새로운 구근이 달린다. 추위에 약하여 우리나라의 겨울 온도에서 노지 월동하지 못하기에 땅이 얼기 전 구근을 캐서 보관한 후 이듬해 봄에 다시 심어야 한다.
올해 4월 5일 정선의 땅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가장 먼저 구입하여 심은 아이가 다알리아이다. 12cm 화분에 심어진 것을 노지에 옮겨 심었는데 몸살도 하지 않고 일주일 만에 꽃을 내밀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였는데 품종은 레드바이칼라다. 왜성종인 관계로 키는 30cm를 넘지 않았지만 꽃은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비료가 충분치 않은 하우스 옆 마사토에 심었는데도 매주 주말에 방문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 주었다.
작은 몸의 줄기는 커다란 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옆으로 드러눕기까지 하면서도 줄기차게 꽃을 피웠다. 드러누운 아이들은 다행히 키가 작아서 줄기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기에 그대로 두었다. 꽃의 색감은 감탄을 자아내고도 남는다. 노란 수술이 가운데 있고 그 주변으로 흰색의 꽃잎 테두리에 자홍색으로 물감을 칠한 꽃잎이 겹으로 피었다. 자연의 미적 감각은 도저히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장마와 폭염을 보내면서 꽃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다시 화려한 개화를 기대하였으나 잎들이 살아나기만 했을 뿐 가을개화는 보지 못했다. 여간 아쉽다. 사실 가을이 짧아도 너무 짧지 않은가? 특히 강원도 산골의 가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제 좀 살만 한데 바로 된서리가 내린다. 다알리아는 서리를 맞기 전에 구근을 캐야 하기에 서둘러 구근을 캤다. 캐고 보니 기특하게도 그동안 구근이 많이 컸다. 잔뿌리들도 많은 것으로 보아 구근이 건강하다. 다행히 된서리를 피하여 화분에 옮겨 심은 후 집으로 데려왔다.
화분에 옮겨 심은 채 먼 길을 달려 집으로 왔다. 긴 여정에 지쳤을까? 달리아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잠시나마 저물어가는 잎을 감상하였지만 어느새 나는 가노라 하며 끊임없이 손을 흔든다. 빠이빠이~~!! 드디어 오늘 남은 가지를 자르고 동면에 들어갔다. 통풍이 잘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채로 월동시킬 것이다. 수분공급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저 화분 속의 흙을 이불 삼아 충분히 휴식하기를 바란다. 화려한 날은 갔지만 내년에 더 화려한 날이 예정되어 있기에 이 겨울이 그렇게 춥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구근을 캐면서 생각했다. 캐서 보관하고 다시 심고 또 캐고 하는 이런 일들이 참 번거롭구나! 그러나 예쁜 꽃을 보기 위한 수고로움이니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이 세상에 공짜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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