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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닝 텃밭농사

청화쑥부쟁이-청보라색 별이 내려왔다

by seung-garden 202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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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정일근 시인의 "쑥부쟁이 사랑"의 전문을 소개한다.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다년생 야생화로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되어 있으며 키는 30~60cm까지 자란다. 쑥부쟁이는 '쑥'과 '부쟁이'의 합성어이다. 잎이 쑥을 닮았고 꽃은 취나물 꽃을 닮았는데 '부쟁이'는 취나물류를 뜻하는 방언 '부지깽이' 나물에서 유래하였다. 먼 옛날 쑥을 뜯으러 다니는 대장장이네 딸을 쑥부쟁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고 쑥을 뜯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은 자리에서 난 나물을 쑥부쟁이라 불렀다는 슬픈 전설이 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화쑥부쟁이, 홍화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섬쑥부쟁이, 왕개쑥부쟁이 등 15종이 있다.

 

승정원에 이 꽃을 들인 건 작년 2023년 봄이다. 작은 모종 다섯 개를 구입하여 경사 진 화단에 심어서 가을에 예쁜 꽃을 만났었다. 내한성이 아주 강하여 서리가 내리고 난 후에도 꽃얼굴의 미모를 자랑하며 뿌리로 월동하여 이듬해 봄 몸집을 서너 배 불려 싹을 올린다. 하늘에서 보라색 별들이 육지로 내려와 사뿐히 앉아 있는 것이 연상될 만큼 꽃이 예쁘다. 꽃이 귀한 11월에 이렇게 화려하게 예쁜 꽃을 피워주니 고맙지 아니한가!

올봄 새로 나온 줄기를 삽목하여 정원 서너 곳에 나누어 꽂아 두었는데 이 가을에 모두 꽃이 피었다. 보라와 연보라의 그라데이션이 환상적이다. 눈을 크게 뜨고 꽃잎의 개수를 세어 보았다. 대략 21~22개의 가느다란 꽃잎이 날씬한 몸매 과시하며 방긋 웃고 있다. 청보라색으로 피었다가 흰색으로 지는데 여러 꽃송이가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라데이션이 형성되었다. 신비함 그 자체이다. 꽃말은 '기다림', '인내'이다. 지금 활짝 핀 저 청보라색 꽃은 내년 이맘때나 되어야 다시 볼 수 있으니 기다림이란 꽃말과 잘 어울린다. 꽃의 모양만 본다면 벌개미취, 구절초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 다르다. 

이 꽃은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다. 노지에 심은 관계로 특별히 물관리를 하지 않았으며 월동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순둥하게 커서 가드너의 수고로움을 많이 요구하지 않으며 뿌리나누기와 삽목이 쉬워 번식도 용이하다. 승정원에 딱 맞는 식물이다. 올봄 홍화쑥부쟁이를 한 포트 데려와 친구 삼아주려 하였건만 어째 자라는 모양이 신통치가 않다.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꽃을 오랫동안 보고 있노라면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는 시인의 언어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